목록성서 산책 (5)
생각의 거미줄
이번 주일 예배의 초대의 말씀(총회 공동성서정과에 따라), 시편 22편을 읽다가, 24절에서 갸우뚱.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개역개정) 곤고한 자의 곤고를 싫어하지 아니한다? 싫어하지 않는다, 의 주체는 하나님일테고... 곤고라는 표현이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데... 공동번역을 보니 아하. "내가 괴로와 울부짖을 때 귀찮다, 성가시다 외면하지 않으시고" (공동번역) 누군가 내게 뭘 간절히 요청할 때 그의 사정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의 말이 귀찮고 성가시게 들릴 때가 종종 있는 법. 그러나 하나님의 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 참으로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인간적인(inhumane) 면모!! 마음이 맑다는 뜻일까. 마음이 텅 비..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리이다" (시 27:10) 무슨 일로 그의 부모는 그를 버렸을까. 몹쓸 병이 걸려서? 허락하지 않은 결혼을 강행한 탓에? 부모의 지위에 걸맞지 않은 짓을 해서? 부모를 떠나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부모와 대등한 관계에서 살아가는 게 인생의 중요한 과제일진대 그는 그 과제의 수행의 절호의 기회를 부여받은 것일까. 부모에게 버려짐을 통해 그는 인간의 인간됨의 심연/신비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것일까. 하나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태는 부모에게 버려짐의 효과일까. 그렇다 할지라도 부모에게 버려진 건 그에게 있어서 생각보다 가혹한 일일지도. 그에게 하나님은 부모의 대체자(surrogate-)이고 대체부모인 하나님에게까지 버려진다면 그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 "주의..
"귀인들(권력가들, 공동번역)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시편 146편 3-4절) 권력을 좋아하여 정치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정치는 자기-생존 내지는 자기-실현의 욕망으로부터 나오는 놀이일 터. 그러므로 정치의 손길을 통해 생존과 자기-실현을 보장받아야 하는 가난하고 눌린 자들은 그들을 의지할 수도 그들의 생각(plans, NIV)을 믿을 수도 없으니 그들은 오직 자기의 영혼으로부터 솟아오르는 힘과 생각을 의지하여 삶의 터전과 문화를 창조해야 나가야 하느니.
칼이 뼈에 닿으면? "내 뼈를 찌르는 칼 같이 내 대적이 나를 비방하여 늘 내게 말하기를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도다" (시편 42편 10절) 대적(혹은 원수, my foes (NIV)). 초자아(superego)의 역할을 자처하는 이 자는 때때로 험상궂은, 찡그린, 짜증나는 표정으로 영혼을 위협하는데 그 위협이 칼로 뼈를 찌르는 듯하다. 영혼은 상하고 불안하고 낙심하며 심지어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도록 몰아가게 된다. 그러나 대적이란 작자는 결국 위협꾼에 지나지 않고 그러므로 그는 허풍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