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거미줄
"들으셨도다" 본문
이번 주일 예배의 초대의 말씀(총회 공동성서정과에 따라), 시편 22편을 읽다가, 24절에서 갸우뚱.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개역개정) 곤고한 자의 곤고를 싫어하지 아니한다? 싫어하지 않는다, 의 주체는 하나님일테고... 곤고라는 표현이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데... 공동번역을 보니 아하. "내가 괴로와 울부짖을 때 귀찮다, 성가시다 외면하지 않으시고" (공동번역)
누군가 내게 뭘 간절히 요청할 때 그의 사정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의 말이 귀찮고 성가시게 들릴 때가 종종 있는 법. 그러나 하나님의 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 참으로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인간적인(inhumane) 면모!! 마음이 맑다는 뜻일까. 마음이 텅 비어 있으면 아무 것도 성가시지 않게 들리나 마음에 갖가지 잡동사니들이 들어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성가시게 들리니. 그래서 팔복의 첫 마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공동번역의 옮김이 훨씬 와 닿는다 싶은데, 그 다음 구절은 전세가 역전. 개역개정에서는 24절의 그 다음 문장을 그대로 살렸으나 공동번역은 탈락시켰다. 종교 체험에 대한 매우 고전적인 표현이면서도 심리학적 차원에서 고려했을 때 꽤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그가 울부짖을 때에 들으셨도다" (개역개정) "들으셨도다." 경청. 소통. 관계. 공감. 영성. 생태적. 마음이 깨끗함(purity in heart). 긴 전깃줄에 발가락을 걸친 여러 마리의 참새들처럼 동일어군에 속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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