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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턴 본문

Miscellany

체스터턴

夜虹 2022. 8. 4. 23:34

삶을 물처럼 욕망해야 하고 죽음을 포도주처럼 마셔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에 나오는 G.K. 체스터턴의 말이 나의 정신머리 한 귀퉁이 꽂혔을 때 나는 이 말이 종종 상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머지 않아 시작하게 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에 관한 일련의 강의들을 맵핑하던 차 다다른 에크하르트 톨레의 프란치스코에 관한 3분 유튜브 영상이 체스터턴의 이 말을 소환하였다. 그리고 나는 짧지 않았던 맵핑 과정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피해의식 혹은 희생양 이데올로기의 작동이 동반하는 온갖 번민이 'I=something'이라는 도식(A)과 평행을 이룬다면, 호모 사케르(나병환자)보다 나을 게 없는 자신을 발견한 이후 호모 사케르(십자가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 프란치스코의 '' 'I=nothing'이라는 도식(A')은 연약한 육체를 단번에 일으켜 세울(결과론적으로) 포도주 잔을 기꺼이 들어올린 자에게 도둑처럼 찾아오는, 번민 너머의 삶과 평행을 이룰 것이다.

 

충족되지 못한 자기애를 존재의 디폴트 값 혹은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말했던 사람이 동반자에게 했던 권면이라도 받아들여서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脾胃)와 자주 나는 병을 인하여 포도주를 조금씩'(딤전 5:23) 써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바로 물일테지만 그 물은 어딘가에(anywhere) 존재하여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물이 아니라 실험과 동시에 어디에서인지 모르게(nowhere) 솟아나는 생수일 것이다.

 

페이스북 2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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