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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바라보고 느끼고 머문다고 할 때, '거기'에 머무는 것이다.
마음 안으로 들어가 하나님의 현존 가운데 머문다, 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1) 두 개의 구절, 마음 안 과 하나님의 현존은 하나이기 때문이고, 2) 하나님의 현존은 머물 수 있는 게 아니라 깨어 있으면서 바라보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다, 라는 말이 기도와 명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적절하다는 것을 오늘 아침 고요 가운데 머물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발견하였다. 묵상의 포인트를 정하고 거기에 머무르려고 하는 행위, 그것을 유념적 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유념적 길은 종종 그 방향을 무념적 길에 내주어야 한다. 유념적 길이 회피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것은 살아 있는 감각으로서 존재하는 것이요, 존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엔 어떤 요소도(지성, 의지와 정동, 기억) 배..
비가 몹시 내리고 있다는 걸 직접 마당에 나가 보고서 알았다. 나무나 철제판이 덮여 있는 마당 바닥엔 물이 흥건하고, 창고 물받이 홈으로부터 물이 새기도 하고 흘러 넘치기도 하는데 그 기세가 맹렬하다. 이정도 강수량이면 물을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다라이 두 개를 텃밭 근처로 옮겨 놓았다. 올 해 들어 가장 많은 비가 내린다. 묵상 중에 학교를 플랫폼 삼아 내가 하고 있는 일들, 하려는 일들 등이 한동안 떠올랐다. 그것을 알아차리면서 그런 종류의 것들은 욕망의 표현으로서 충족되지 않는 내적 상태이자 경향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이 도드라졌다. 만족하지 못하기에 일을 도모하는 것이고, 만족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이승의 삶은 필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들이 일어나고 다시 몇 가지 일들이 심상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