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칼럼/아가페크리스챤치유센터 계간지 (9)
생각의 거미줄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알아야 사람이지” 하나의 주제를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표현한 영화, 에서 대형극장주인인 한 60대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앞에 두고 허풍떨듯이 하는 말이다. 참 재미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다운 일주일’이 된 이유는 좋은 일들이 마구 생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좋지 않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그 60대 남자의 말대로, 각각의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이 ‘볼’ 줄 아는 눈이 열려가기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복이요 능력이다. ‘봄’으로 알게 되고 ‘봄’으로 사랑하게 된다. ‘봄’으로 치유하게 되고 ‘봄’으로 회복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보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산다. 보지 않고, 대신,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개신교의 영성은 수도원이 아니쟎아요? 산으로 가는 게 아니예요. 요즘 너도 나도 영성을 말하면서 피정이니 침묵기도니 하는데, 그거 좀 뭔가 현실도피적인 것 아닙니까?” 내가 영성을 전공하는 것을 알고 어떤 목사님이 다짜고짜 내게 건넨 말이다. 이 분은 아마도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영성에 관한 담론 자체에 불만이 많은가 보다. 어쨌거나, 이 분의 말을 분석해 보면, 여기에는 세 가지 대전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수도원의 영성은 개신교의 영성이 될 수 없다, 2) 수도원, 피정, 침묵기도는 현실도피적이다, 3) 영성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대전제는, 그것이 맞든 틀리든간에, 적지 않은 개신교인들이 갖고 있는 영성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 글에서 영성이..
기도는 하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일어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상처입은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그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것일 수도 있고 얼마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우리는 그 기억이 인도하는 그 사건 안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 여행은 상처입은 과거로의 여행이기 때문에 때로 실제적인 몸의 고통을 불러 올 수도 있고,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대단한 혼란과 불안을 동반할 수도 합니다. 언젠가 어떤 분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분은 영성지도자의 인도에 따른 피정(retreat)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을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영성지도자의 인도에 따라 기도를 하는 중에, 아주 오래 전의 한 사건으로 여행을 떠나..
어딘가를 향하여 길을 갈 때 가끔 의심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이 건물을 지나는 게 맞는 건가?’ 하고 말입니다. 신앙생활의 긴 여정에서도 이처럼 의심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체험(experience)의 영역에서는 더욱 더 그러합니다. 요즈음 기도하려고 눈만 감으면 뭔가 희끗희끗한 게 보이는데 내가 뭔가 잘 못하고 있는 건지… 요즘 맘이 참 평안한데 이렇게 평안해도 되는 것인지… 이와 같은 의심이 순간순간 우리의 믿음의 벽을 두드립니다. 신앙체험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의심은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신앙체험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 체험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보통 두려움을 느끼거나 의심을 갖기 마련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