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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거꾸로 시간 본문

Miscellany

거꾸로 시간

夜虹 2022. 8. 4. 23:23

나만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오늘, 두 과목의 1주차 수업을 위한 파워포인트 작업의 시동을 걸었고 부드러운 질주 가운데 마침내 밤에 이르렀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나의 오랜 연인 한화 이글스가 연장 12회에 2점을 뽑으면서 승리한 시각이 2330분 즈음이었고 이로 인한 흥분의 힘으로 파워포인트 작업을 조금 더 밀어 붙이니 온건한 성취감이 발생한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굵어진 빗줄기 소리를 의식했을 때, 친구가 방문한듯, 반갑다, 고 느꼈고 기분이 괜찮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불꺼진 연구실이 살포시 어둑해졌는데 전원 스위치를 올리기까지 잠간 동안 마치 흑백영화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 했다. 밝아진 연구실이 드넓어 보였다.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다더니, 오늘 아침은 더 이상의 폭우는 없으리라고 단언하는 것 같았다. 10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는데도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폭우보다는 낫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 가운데 몇 개는 올리브유를 두른 후라이팬에 볶고 몇 개는 손질해서 냉동고 속으로 보냈고 나머지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소쿠리에 담아서 싱크대 위에 올려 놓았다. 불현듯 생각에 도달한 사람처럼 잠에서 깨어나, 몽유병 환자처럼 이것 저것 하다가 새벽녁에 다시 잠에 들었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아마도 곧 다시 몽유병 환자가 될 것이고 이윽고 또한 아침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 20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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