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생각의 거미줄

아타오 본문

Miscellany

아타오

夜虹 2022. 8. 4. 23:25

금새 밤이 되었다. 형체가 있는 것들은 전부가 검은 색이고 형체가 없는 것들은 도리어 빛이 난다. 가까이 보이는 옆산의 정상에 늘어선 나무들의 형상은 제각각이고, 바로 눈 앞의 키다리 나무는 자유를 허락한 가지들에게 휘감겨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응시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보지 못하고, 나는 내가 검은 색인지 총천연색인지 볼 수가 없다. 나는 경계선에 서 있고 경계가 바로 나 자신이다. 이것은 사실일 것이다.

 

유덕화 주연의 <심플 라이프>를 보면서 엄마와 나, 그리고 나와 딸의 관계를 생각했고, 두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들을 보다 확실하게 좌절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중풍으로 쓰러져 주인집 아들이자 '양아들' 격인 로저의 돌봄을 받게 된 아타오는, 영화의 제목처럼, 비록 요양병원에서의 만년이지만, 깊고 평온한 단순성 가운데 로저와 식구들 그리고 요양병원의 동반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생을 마감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이것뿐이어서 이토록 평온한 만년을 선물로 받으려면 생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반적 추론은 가능하지만) 분명하게 알 길은 없다. 다만 아타오는 아타오로서 죽어가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나 평온하며 너무나 애잔하다.

 

아무도 아타오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러므로 아타오의 평온함은 아타오만의 것일 것이다.

 

페이스북 2020.8.16

 

'Miscellan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박눈  (0) 2022.08.04
감사합니다  (0) 2022.08.04
빈 터  (0) 2022.08.04
거꾸로 시간  (0) 2022.08.04
마스터  (0) 2022.08.0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