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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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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y

감사합니다

夜虹 2022. 8. 4. 23:26

신새벽의 어스름이 걷히자마자 보리와 함께 산책길을 나섰다. 보리와 내가 걸은 길은 늘 걷는 길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후정 데크로 올라섰을 때 나는 매실나무에 대한 가지치기와 여기저기 풀 정리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보리를 데크 기둥에 묶어 놓았다. , 갈퀴, 전정가위 등을 챙겨 다다른 작업 현장에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정리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보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고, 가끔은 예의 굵직한 목소리로 짖어대기도 하면서 나와의 공존을 입증하였다.

 

퀴퀴하고 눅눅한 구내식당의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모여든 동문 목회자들과 신학과 학생들이 어제 하루 종일 몰두한 일은 닦고 씻고 치우는 일이었다. 오색창연한 곰팡이를 부착하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밖으로 빼내어 털고 씻고 말리기, 300평 넘는 광활한 식당 바닥의 때를 벗기기, 눅눅한 의자와 테이블 닦기, 내빈실의 퀴퀴한 느낌을 삭제하고 풋풋한 느낌을 설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향기와 가을 바람을 끌어들이기 등.

 

신임 이사장 김양이 교수님이 청소부들에 대한 고마움을 짜장면과 탕슉으로 표현해주시고 청소부들은 수 시간의 노고를 식탁 위에서 달랜다. 저녁 무렵,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팀장의 연락을 받은 후 말 없이 자신이 해야 일을 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공존하고 있군요.

 

페이스북 20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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