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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기억의 치유 본문

칼럼/아가페크리스챤치유센터 계간지

상처입은 기억의 치유

夜虹 2022. 7. 31. 12:47

기도는 하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일어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상처입은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그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것일 수도 있고 얼마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우리는 그 기억이 인도하는 그 사건 안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 여행은 상처입은 과거로의 여행이기 때문에 때로 실제적인 몸의 고통을 불러 올 수도 있고, 정신적인 차원에서의 대단한 혼란과 불안을 동반할 수도 합니다.

언젠가 어떤 분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분은 영성지도자의 인도에 따른 피정(retreat)에서 일어났던 한 사건을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영성지도자의 인도에 따라 기도를 하는 중에, 아주 오래 전의 한 사건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좁은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앞쪽에 어떤 어린아이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아이를 피해서 간다는 게 그만 잘못해서 그 아이를 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는 쓰러졌고 상처를 입은 채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의 기억이 기도 중에 떠오른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이 분이 이미 오래도록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생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이 떠오를 때면 이 분은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아이를 자전거로 치어서 상처를 주었다 라는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에 성령님에 의해서 인도된 과거의 기억으로의 여행은 자전거로 아이를 치어서 상처를 주었다는 기억 또는 관념,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이 분의 의식 속에서 한 번도 만져지지 못했던 그 사건의 일부분이 마치 망원경으로 어느 한 부분을 조망하듯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그 일부분이란, 자전거에 치인 아이를 보면서 한 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하나…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서 자신도 울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기억해보지 못했던 자신이 울며 떨고 있던 모습, 그 기억이 영성지도자의 인도에 따라 기도하면서 떠오른 것입니다.

이 분은 수녀님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수도생활을 해온 탓인지 이 분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친절, 배려, 그리고 환대에 익숙한 분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신앙적 가치에 너무도 충실하여 또 다른 차원, 자신에 대한 돌봄과 사랑에는 다소 무감하게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 가운데, 이 분은 자신의 참 모습(a true face)을 본 것입니다. 두려움에 떨며 나약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 기도 중에 한 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울었던 것 이상으로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 분의 사역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나님과의 관계 또한 그렇게 되었습니다.

기도 자체가 심리치료나 상담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도 안에서 분명코 치유가 일어납니다. 이 치유는 성령님이 의사가 되어서 집도하시는 영적인 수술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사건을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형성된 어떤 관념 또는 흐름(drive) 때문입니다. 성령님께서는 그 사건의 일부분만을 기억하면서 그로 인하여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때로 또다른 부분을 보여주심으로써 아주 부드러운 방식으로 그러나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정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상처입은 과거의 기억의 치유라는 수술을 집도하십니다. 은혜요 신비입니다. 기도 안에서 이러한 은혜와 신비가 관찰되고, 영성지도는 그러한 은혜와 신비가 일어나도록 돕는 하나의 환경입니다.

아가페크리스챤치유센터 계간지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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