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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이른 아침부터 내린 가랑비 덕에 세상이 시원해지고 마음은 차분해졌다. 우리 학교 졸업생으로서 담임전도사 사역을 하면서 공업사 일을 보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 같은 실력을 보유한 축구광이어서 나의 애정을 수렴하고 있는 황현호 씨가 사장님 아버지를 모시고 구내식당의 각종 문 수리 차 방문하였다. 출입문들을 다 떼내어 손을 보았고 주방 쪽 영양사 실 문도 손을 보았다. 문이 부드럽게 움직이니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월요일 아침 익산에서부터 달려온 부자 덕분에 구내식당을 들고 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다 편안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시트지 제거 및 새로 부착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오늘 배달온 제습기 두 대는 각각의 공간에서 열 일 하고 있다. 페이스북 2019.8.12
구내식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특유의 냄새에 사로잡힌다. 그저 반지하 건물 특유의 냄새려니 하면서 수년을 보내다가 최근 그 원인을 알게 되었는데, 막막했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문가를 불러서 작업 의뢰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자면, 일단 섭외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예산에 없던 경비가 지출되어야 할 것이다. 그냥 한 번 달려 들어볼까. 나 혼자라면 어림 없었을 것이다. 신학과의 맥가이버 임 가이버님이 (아마도 이런 더러운 일인줄 꿈에도 모른 채) 도움 요청에 기꺼이 응답하여 혈혈단신으로 등장하였다. 결국 우리 둘 그리고 팀장님, 김 전도사님 이렇게 네 사람은 팔을 걷어부치고 마스크를 올려 쓴 채 작업 개시, 그리고 5시간여만에 작업 완료. 미진한 부분은 다음..
오늘 새벽 모처럼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활짝 열어놓았던 창문을 거의 닫은 후 잠시 누워있다가 보리와 함께 산책을 했다. 커피를 내리고 계란을 삶았으며 살라미를 잘랐다. 먹었으니 이제 가야 한다. 오늘부터 막노동에 돌입하는데 오늘의 임무는 여태까지 구내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맡아야했던 냄새의 근원-보통 사람은 알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은밀한 곳에서 발원하는^^-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움켜쥐기! 페이스북 2019.8.9
토요일인데도 학교가 북적거린다. 캠프 3차의 마지막 날, 느즈막하게 일어난 학생들이 구내식당으로 몰려와 삼삼오오 모여서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을 먹는다. 중고등학생들의 생기발랄함은 역시나 수다로 표현된다. 오메 시끄러운 거~~ 식단이 특별하게 보이진 않는데, 몇몇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맛있다고 한다. 이런 반가운 소리를 2학기 내내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협동조합의 비공식 자문위원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집사님이 기증하신 야채커터기가 경비실에 보관되어 있었다. 경비실에 들러서 그걸 찾아가지고, 식당에 가져다 둘까 하다가 혹 분실될까 싶어서 그냥 차에 싣고 왔다. 30년 넘게 영양사로 일하다가 올 해 은퇴하신 김 집사님은 자신이 거래하던 야채 업체를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각종 무료 컨설팅을 제공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