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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신앙생활 또는 영혼의 순례는 운동(sport)에 견주어 볼 수 있다. 모든 운동은 그 준비과정으로서의 훈련이 있고 훈련의 성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게임이 있으며, 그리고 나름대로 정해진 목표가 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도 그러하다. 하나님이 주신바 거룩한 씨앗을 사랑으로 가꾸어나가는 훈련이 있고, 우리의 실제 삶, 특별히 어둡고 힘든 시련을 통해서 그 훈련의 성숙도가 가늠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예수그리스도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사도 바울은 그의 후배 사역자인 디모데에게 보내는 글에서 자신의 삶을 마라톤에 견주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디모데후서 4:7-8) 신앙생활이..
언젠가 어떤 분이 내게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다. 그 분에 따르면, 자신은 어떤 문제로 인하여 매우 오랫동안 마음앓이를 해왔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떻게든 하나님으로부터 해답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참으로 가슴이 절절해지는 얘기였다. 아하… 이렇게 사셨구나,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그 분의 말 그대로 그 분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보였다. 생각해보았다, 그래… 도울 수 있다?도와야지…그런데 내가 무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영성지도자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는 나이지만, 그 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영성지도 시간에 워낙에 긴 세월동..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곧바로 의사를 찾아 병원으로 달려간다. 코가 좀 훌쩍거리면 감기다 싶어서 내과를 찾고, 이가 좀 시리면 이에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서 치과를 찾는다. 어떤 사람은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육개월에 한 번 혹은 일년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는다. 이처럼 우리는 몸의 건강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편인데, 정작 우리의 영적인 건강에 대해서는 꽤나 둔감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잘 되던 기도가 잘 안될 때, 그저 그런 싸이클이 왔나 보다 하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그저 참아야지 이해해야지 하면서 감정을 묻어버린다. 또한 어떤 독특한 영적인 체험을 하고 나서도 그것을 누구에게 얘기하기가 뭣해서 혼자만 끙끙 앓는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경우들은 어떤 도움을 ..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의 몸에 맞는 볼을 던졌을 때 타자는 냅다 투수 쪽으로 달려가 당장에라도 싸울 것처럼 으르렁거린다. 그러면 벤치에 앉아있던 양팀 선수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데 이걸 벤치 클리어링(bench clearing)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단 벤치 클리어링의 상황이 되면 다음날 선발투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은 빠짐없이 벤치에서 나와야 한다. 항의하거나 싸울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해서 거기에 앉아 있다가는 구단으로부터 벌금을 먹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벤치 클리어링 때 벤치에서 뛰쳐 나가는 행위는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항의나 싸움에의 의도를 가진 행위라기보다는 하나의 제스처(gesture)일 때가 많다. 화가 난 동료선수에 대한 의리의 차원에서 나오는. 자식이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