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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장마 아닌 장마가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잠시 오다가 가랑비로 바뀌더니 오후엔 오락가락하였다. 영양사와 조리사 면접을 위한 분위기치고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적당히 차분하고 적당히 업될 수 있는 분위기랄까. 1차 서류전형을 통해서 영양사 1명, 조리사 1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어제 영양사 면접을 먼저 하게 되었는데, 솔직담백시원한 성격의 채 교수님은 면접위원들이 집단급식과 영양사 업무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서 30년 경력의 어느 영양사로부터 영양사 면접 질문지를 받았고, 이제부터 이 질문지를 컨닝페이퍼 삼아서 질문을 하겠노라고 영양사 지원자에게 말해버렸다. 참으로 긴장해소의 효과가 있는 선언이었다. 지원자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들에게까지도. 영양사 라는 직책이 단체..

우리 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한 첫 해 그리고 그 다음 해 여름, 참 힘들었다. 에어컨을 틀면 머리가 아프고, 에어컨을 끄면 덥고, 게다가, 방학 중엔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으니 5분 거리의 읍내로 차를 몰고가 밥을 사먹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야 했다. 결국 나는 냉방병을 얻고야 말았으니, 논문 한 편과 냉방병을 맞바꾼 셈이 되었다. 그 다음 해부터는 나에게도 꾀가 생겨, 방학 중에는 가급적 학교에 오래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협동조합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 여름방학 중 구내식당 운영을 적극 검토하는 중이다. 야구부 소속 학생들 35명에 출근하는 교직원을 합하면 50명 정도되는데다가 내년엔 야구부 학생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가 되어, "가타부타 시비하지 않..

협동조합의 예비직원 중 한 사람이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음을, 카톡방에서 일정 논의하는 중 알게 되었다. 예비직원 정기회의에 참석하느라 지난 2월부터 멀리서 직행버스를 타고 왔다갔다 하곤 했는데, 배탈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맘이 편하지 않았다. 협동조합이라는 모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꽤나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구내식당 운영에 뛰어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현재 팀장을 맡고 있지만 당시엔 석사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이었던 이 분에게 참여 의사를 물었다. 만일 그가 부정적인 답을 했더라면 나는 아마도 생각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는 그의 대답에 나는 큰 위로를 받았고, 마침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런 종류의 위로를 나는 이미 많은 이들에..

낮에는 30도 정도 되는 바람에 가까스로 야외 물놀이를 할 수 있었지만 오후 5시쯤 되니 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아중리에 가서 밥을 먹고 나니 비가 오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건만 저녁 무렵 또 다른 누군가가 영양사 이력서를 보내왔고, 면접이 예정된 조리사 지원자가 급하게 이력서를 보내왔다. 이력서는 참으로 간단하지만 천천히 들여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영양사 지원자는 나이와 경험은 많지 않지만 곁들인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자신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잘 피력하고 있었다. 조리사의 경우, 지난 주간에 전화로 20분 가량 통화했었는데, 전파를 타고 넘어오는 목소리에 꽤 안정적이면서도 성실한 성품의 느낌이 묻어 있었다. 협동조합은 출자와 운영을 공동으로 하는, 비지니스의 한 형태이다. 우리 학교 협동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