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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영원회귀 본문

Miscellany

영원회귀

夜虹 2022. 8. 4. 23:42

뒷뜰 어정쩡한 곳에 자리한 매실나무가 여느 해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꽃을 늦게 틔운 건 여일했지만 열매를 이처럼 실하게 낸 것은 경이에 가까운 일이었다. 줄기에서는 군데군데 희뿌연 상처를 내보이고 몇 개의 가지로 갈라지는 병목 지점 주변엔 맑은 진액이 자신의 몸살을 조용히 토로하면서도 할 일은 충분히 한 셈이다.

 

수확의 시기를 몸소 가늠한다는 미명 아래 며칠 간격으로 하나씩 따서 씨앗의 강도와 과육의 신맛을 확인하다가 마침내 적정 시기를 놓치고야 말았다. 충청도 출신답다, 하고 혼자 생각한다. 그러나 한 템포 빠르게 전지 작업에 돌입함으로써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고 또한 생각한다.

 

내년엔 해 거르기를 하게 될까, 아니면 올 해 이상의 과실을 낼까, 글쎄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므로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아마 여름이 지나면 가지 정리를 한 번 더 할 것이고, 거름도 한 번 주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눈이 내릴 것이고 꽃봉오리를 다시 틔울 것이다. 그 무렵 나도 오늘을 반복하는 동시에 무언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그러할 것이다.

 

페이스북 202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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