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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 본문

Miscellany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

夜虹 2022. 8. 4. 23:51

주택으로 이사한 후 철쭉이나 꽃잔디를 심고자 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얀색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분홍색 철쭉은 상투적인 고혹스러움 속에 차차 현현하는 반면, 하얀색 철쭉은 마치 부활의 아침처럼 갑작스럽고 기묘하게 다가오곤 했다. 몇 해 전, 무작정 심은 씨감자로부터 줄기와 가지가 무성해지던 어느 날 하얀 색 꽃이 여기저기에 나타난 것을 알아차렸을 때도 사뭇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므로 서너 주를 제외하고는 꽃을 틔우지 못한 올해의 감자 밭에서 내가 모종의 애처로움을 갖게 된 것은 이해할만하다.

 

인터넷 박사님에게 물어보니 토양의 영양상태가 별로이거나 품종 자체가 꽃을 틔우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꿀벌들의 개체수나 활동력 부족도 이유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올 해 감자를 심은 구역은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구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름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첫번 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책한다. 내가 요행을 바랬던 거구나. 되새겨보니 올 해 감자는 줄기와 가지 자체가 지나치게 부실했었고, 땅을 만져보니... 알 것 같았다.

 

반성하는 의미에서 거름을 좀 넣고 얼마간 기다린 다음 두 이랑 정도 감자를 심고 분명 달라진 태도로 이모작에 임하리라고 다짐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예전같은 생장을 기대하는 것은 또 한번의 요행 바라기일 것이다.

 

페이스북 202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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