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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레시피 본문

Miscellany

일요일 아침 레시피

夜虹 2022. 8. 4. 23:53

한 여름 밤, 열풍은 잦아들지라도 습한 기운은 여전하기에 거실이 침실의 기능을 맡기도 한다. 여섯 시도 되지 않았지만 밖은 이미 환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턱 앉으니 거실 한 켠에 엎드려 있던 보리가 내 쪽으로 몸을 홱 돌린다. 아빠, 밖에 나가서 산책할 시간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리와 함께 한 산책 길에서 나는 세 종류의 풀을 주워들었고, 이들은 일요일 아침 식탁의 한쪽 모서리를 점유하고 있다.

 

화병 앞에 놓인 작은 병에는 미천하게 남은 수제 딸기잼이 담겨 있다. 초여름녘, 텃밭에서 마지막으로 거두어 들인 딸기 한 줌을 브라운 슈가 한 수저 곁들여 냄비에 넣고 조린 것인데, 딸기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슈가 양이 과했는지 시럽 맛이 난다. 말하기 복잡한 사정으로 인하여 요즘 나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더치커피를 내리는 중이고 그래서 몇 일 숙성된 더치커피를 어쩔 수 없이 자주 마시고 있다. 유리컵에 얼음 조각을 대 여섯 개 넣고 원액을 부은 다음 물을 조금 섞어서 두 어 번 흔들어 입으로 가져오면 입보다 코가 먼저 맛을 보게 되는데, 숙성된 더치커피의 향은 마시는 사람을 아찔하게 한다.

 

블루베리는 고급 열매랄 수 있는 게 전용 흙과 전용 화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년 블루베리 용 흙 20kg를 세 그루에 나누어 주고 있는데, 지난 해엔 오래 묵은 닭똥거름을 추가했더니 그 효과가 올 해에까지 영향을 주는 듯, 이전에 비해 향상된 생산량을 과시한다. 새들의 무분별한 약탈을 막기 위해서 설치한 망을 살살 걷어내고 한 알 한 알 딴 블루베리를 식초 물에 정성스럽게 씻었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했다, 는 혼잣말이 나왔다.

 

며칠 전 만든 식빵은 내가 그간 만들었던 식빵 중에서 가장 풍미가 좋다. 아껴 먹고 싶지만 어차피 몇 조각 안 남았으므로 오늘 아침에도 그냥 11/2 조각을 먹어 버렸다.

 

페이스북 202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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