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거미줄
협동조합 일기 16 본문
어제 하루 산책을 거른 보리는 오늘 아침 아빠가 눈을 뜨자마자 '밖에 언제 나가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보리는 이미 오래전에 잠에서 깬 듯 했다. 어젯밤 내일 이른 아침 선선할 때 반드시 보리를 산책시킨다는 엄마와 아빠사이의 계약을 보리는 들었을 것이다.
밖에는 바람이 꽤 불고 있었다. 20여분 돌아다니다 보니 땀이 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집 안으로 들어 온 보리는 잠시 물을 마시고 이내 휴식 모드에 돌입하여 글을 쓰는 지금 내 옆에 없다. (그런데 어느새 소파 옆에 엎어져 있넹 ㅎ)
산책을 기다리는 보리처럼, 구내식당의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 오전에 길게 이어질 직원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학교 저술지원사업 명목으로 이미 60% 챙긴 연구비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서 틈틈이 글을 쓰고 있지만 구내식당 준비상황보다도 진도가 늦다.
구내식당의 운영 주체인 협동조합이 견지해야 할 가장 매력적인 가치는 사적인 것을 공/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함과 동시에 비로소 사람과의 협동이 '일어난다.' 아무리 좋고 건전한 견해도 공/하늘 아래에서는 하나의 사적인 욕심일 뿐이다. 공/하늘은 이데올로기적 허상이 배제하는 그 무엇으로서 때로는 학생들의 얼굴로 나타나고 때로는 예수의 초상으로 때로는 한낱 사치스러운 향락으로도 나타난다. 이것을 더 깊이 깨쳐가는 여정 가운데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2019.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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