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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미줄
작년에 보니 가지는 역시 '나무'가 맞더라. 8월 중순이 되니 이건 나무 한 그루인데 뚱뚱한 가지들이 주렁주렁 걸렸다. 가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다 바베큐 기회도 거의 없어서(바베큐 할 때 올리브 오일 발라서 구우면, 단호박도 그렇지만, 꽤 엣지있는 바베큐가 된다) 나중에는 그냥 퇴비장에 던져버리고야 말았다. 올 해는 단촐하게 한 그루만 키우기로 마음 먹고 정말 모종 하나만 사서 키우는 중. 가지 하나가 밑으로 쳐지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는 말이 있는데, 가지가 단촐하니 신경쓸 일이 적을 것이다. 텃밭 경력 4년차에 고추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었다. 항상 고추와 파프리카를 겸해서 심었었는데, 고추는 병이 들고 파프리카는 생육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파프리카는 모종 값이 비싼 편이고 ..
하지 감자니까 6일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 기다림의 영성이 필요한데(우리 딸 어릴 때부터 내가 자주 했던 말 ㅋ) - 마늘을 캐고 나니 '해치우자' 라는 심보가 발동하여 그만 감자 줄기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감자를 여러 밭에 다른 작물과 함께 심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아스파라거스, 딸기, 토마토 등 거름이 많이 필요한 곳에 같이 감자를 심은 것은 그냥 거기에 공간이 있었기 때문인데, 나중에 보니, 감자에겐 거름의 양이 좀 과했던 것 같은 게, 줄기가 너무 무성해서 거의 '감자나무'가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어쨌거나 팔아서 현금화해야 하는 부담은 없으니 그냥 그런 거 배운 것으로 만족한다. 줄기가 무성해서 소출이 거의 없지는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장모님 좀 드리고 몇..
양파와 마늘은 겨울을 나야 한다. 겨울을 나면서 양파는 거의 다 살아남은 반면 마늘의 절반은 밭에 그냥 녹아들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계분과 퇴비가 풍성하게 들어간 밭에 심겨진 양파는 날씨가 따듯해질무렵 왕성한 생장을 보여주더니 작년보다 훨씬, 그리고 내 예상보다 실하여서, 몇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마늘은 세 곳에 나누어 심었는데, 두 군데는 물빠짐이 안 좋고, 한 군데는 생 땅이었다. 북 주기도 하지 않았고, 5월이 시작되면서 자라기 시작한 풀들도 그냥 두었더니 올 봄 예상을 밑도는 수확량을 보였다. 에궁. 그래도 이게 어디냐. 황현호 군이 페북에 마늘 캔 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좀 더 기다리지 않고 그냥 캐버렸다. 그는 마늘 캔 후에 심한 요통으로 응급실까지 갔다 하는데, 그 말이 충분히 이..